요즘 공직사회에서 퇴임식을 보기 어렵고 동시에 훈장을 전수하는 행사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기관장은 바빠서 훈장 전수식을 준비하지 못하고 부단체장은 기관장의 눈치 보느라 퇴직 간부의 훈장을 전하는 행사를 주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구나 명퇴하고 한 두 달이지, 6개월이 지나면 또 다른 인사발령으로 그 부서의 서무담당, 주무팀장, 과장이 바뀌고 국장급 인사는 더 자주 발표되므로, 막상 훈장을 받으러 근무한 기관이나 부서에 가기에도 쑥스럽다는 것이 퇴직 공무원 대부분의 공통적인 이야기이고 퇴직 공무원의 훈장 전수식 참석을 기피하는 것이 먼저인가, 기관에서 행사를 준비하지 않아서 참석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인가는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를 논하는 것과도 같다.
헌법 제80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한다.”고 규정했다. 소중한 훈장은 퇴직후 6개월, 1년후에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니 훈장이 명예가 아니라 서무담당자에게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도지사 일정, 시장의 일주일이 매일매일 30분 단위로 이어지는 접견과 회의에 바쁜 것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상반기, 하반기에 단 하루 20분 1,200초만 割愛(할애)해 주시기 바란다. 비시실장, 인사부서 책임자의 善處(선처)를 청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직자로 일한 분들이 헌법 정신대로 예우를 다하는 가운데 자랑스럽게 훈장을 받도록 몇 가지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행정안전부 담당부서에서는 퇴직후 한달내에 훈장을 전할 수 있는 비법을 개발해 주기를 바란다. 지자체 인력을 지원받은 T/F를 구성해서라도 조속히 상훈작업을 마무리해 주기를 바란다.
둘째, 각 기관에서는 훈장이 기관에 도착하면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밝혀줄 성화를 밤새 지켰듯이 해당 기관장실 중앙 테이블에 진열했다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기관장님(도지사#시장#군수)이 손수 전달하여 주시기 바란다. 혹시 정말로 기관장이 바쁘시면 부단체장에게 전하도록 명을 내려 주셔도 좋을 것이다.
셋째, 중간 간부인 실장과 국장은 이번에 우리 부서에서 훈장을 받는 선배가 있는가 파악하여 인근에서 가장 큰 건물, 벽면이 높고 넓은 자장면 집을 예약하고 가격이 좀 나가는 세글자 요리 ‘탕수육, 팔보채, 유산슬’ 세 가지 요리를 주문한 후 다시 한 번 전달식을 열어 주었으면 한다. 벽에는 '홍길동 부이사관 勳章(훈장)'이라 써 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훈장을 받은 선배 공무원은 이쯤에서 눈물 한 번 훔쳐낸 후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퇴직을 했지만 공직발전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고 공직생활 중 최선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미안하게 생각하며 우리 조직의 발전을 위해 粉骨碎身(분골쇄신)한다"는 내용의 인사말을 하게 될 것이다.
공직선배 중에 勳章(훈장) 이야기만 나오면 동네 訓長 (훈장)님처럼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 있다. 택배 훈장전달에 연유한 목마름일 것이다. 그러니 목숨을 살려준 선비를 살리기 위해 연약한 머리로 鐵鍾(철종)을 때려 구렁이를 물리친 까마귀처럼 평생 공무원으로 일해온 선배들의 지혜를 다시 받아 쓸 요량으로라도 ‘勳章(훈장)택배’가 아니라 ‘훈장敬拜(경배)’를 강력하게 부탁한다.
더 이상 퇴직 공무원이 얼굴도 모르는 초임공무원, 서무담당자의 손에 들려져서 아파트 문 앞으로 배달된 훈장이 든 박스를 택배처럼 받는 서글품이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공무원이 남은 공직에서의 세월을 보낸 후에는 반드시 명퇴, 정년퇴직하게 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