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법률 제1538호로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경기 도청의 수원이전이 결정되었고, 1967년에 팔달산에 청사를 짓고 서울에서 수원 팔달산으로 도청이 이사했다. 당시 공무원들은 289만 경기도민과 함께 산기슭에 뽕나무를 심어 그 잎으로 누에를 쳐서 고치를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통일벼를 심고 논보리로 이모작을 하면서 식량증산에 헌신했다. 춘궁기를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안보적 차원에서 통일벼를 심었다.
1980년대는 공직은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 변혁의 시기였다. 88올림픽은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 되었고 IMF는 힘들었지만 극복의 과정에서 국민의 저력과 국가의 힘을 확인했다. 이후 2002년월드컵,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공직사회에도 크나큰 변혁의 시대를 맞았다.
최근의 잼버리대회로 인한 논란도 있었지만 경기도와 시군, 타시도의 광역,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참여와 범 정부적인 대처로 오히려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와 공직사회의 저력을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에 경기도청 청사가 광교로 이사했다. 팔달산 도청사 55년 동안 수많은 공무원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도정을 고민하고 도민을 걱정했다. 그리고 거의 매년 바뀌는 관선 도지사 시대를 거쳐서 1995년에 민선초대 이인제 도지사를 시작으로 1998년 임창열, 2002년 손학규, 2006년 김문수(재선), 2014년 남경필, 2018년 이재명, 2022년 7월에 현재의 김동연 도지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며칠전에 광교 신청사에 가보니 팔달산 청사에서와 같은 여유로움이 없어 보인다. 1990년대에 청사를 주름잡던 ‘나를 따르라’ 소리치던 6급, 5급 중간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수는 늘고 전보다 젊어진 듯 보이는데 활기차게 보이지는 않는다.
퇴직 1년을 앞둔 간부의 말로는 “과거 선배들처럼 일 열심히 한다고 설치면(?) 대부분 ‘갑질’에 해당한다”면서 선임들이 대부분 公私(공사) 모든 분야에서 몸을 사린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1980년대처럼 7급이 날아다니고 6급이 결정하고 5급 사무관의 권위가 하늘에 닿던 시절이 더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통이 중요하고 젊은 공무원의 창의력이 존중받아야 하고 주무관이 행정의 중심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행정공무원은 비록 전쟁을 수행하는 군조직이 아니지만 최근 공직사회에서 크게 약화된 지휘관의 지휘봉에 에너지를 심어주어야 한다는 걱정을 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고 형을 형이라 말해야 하는 것처럼 간부의 지휘권이 되살아나서 지난날의 국장님, 과장님, 팀장님이 되어야 하고 정말로 ‘차기에는 사무관’이 될 6급 주무관, 차석을 次官(차관)이라 소리 높혀 불러 주어야 한다.
선임과 상사를 후배들이 존경하고 신뢰하고 공감하며 따르던 1990년대 공직풍토를 장식하던 권위와 권위주의를 둘 다 다시 불러왔으면 싶다. 후배가 선배를 밀어주고 선배가 후배를 이끌었던 그 시절의 공직분위기를 다시 찾아내야겠다.
그리고 꼭 집어서 공직 5년 남은 간부 공무원의 혁신을 주문하고 30대 공무원의 유연한 적응과 동참을 기대한다. 그리고 조직발전에 기여하고 스스로 업무성과를 내면 그 성과와 과실이 모두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부서가 갈등하고 개인의 주장을 강조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책에 실패한 피해는 그 부서의 실무자에게 돌아오더라는 경험을 전하는 바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