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이후 2000년까지 언론인의 취재방법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자료를 요청하여 내용을 검토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첨가하여 기사를 완성합니다. 방송기자의 경우는 화면이 중요하므로 은밀하게 화면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몰래카메라가 있습니다. 평소 친밀한 관계에 있는 기자가 정색을 하고 목소리를 고추 세워 업무에 대해 묻는다면 녹음일 수 있습니다.
방송기자가 사무실에 왔는데 테이블에 올린 카메라의 센서 바늘이 툭툭 튀고 있다면 지금 녹취되고 있는 것이고 카메라 렌즈가 무엇인가를 촬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몰래카메라에 의한 보도내용을 보면 신발, 구두, 빈 의자 등이 주인공이 됩니다.
두유업계를 뒤흔든 오산 잔다리(細橋)마을 두유 홍보에서도 서울의 초등학교 급식 심의위원이라며 시설을 둘러보고 갔는데 다음날 전화로 취재동의를 요청해 왔습니다. 방송 나가는데 동의하겠으니 당장 찍으러 오시라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로 다 찍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을 만날 때 결정적인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감정을 담지 말고 사정하지도 말고 부탁하지도 말고 변명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말하고 국민이나 업체를 비판하여서는 안됩니다. 민원인의 억지가 있더라도 상대편에서는 그렇게 주장하시는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판단한다고 설명하면 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몰카에 걸리는 줄도 모르고 전화 통화를 하였는데 다음날 아침 뉴스에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성변조를 하였다 해도 자신의 목소리는 그 느낌이 오는 법이지요. 그동안 본인도 3번 정도 목소리 출연을 한 바 있는데 매번 객관적인 사실만 이야기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반복되는 말이겠으나 언론인의 취재가 끝나고 보도되고 나면 더 이상 이 건에 대한 논쟁은 필요치 않습니다. 쿨 하게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기자들도 업무상 비평기사를 쓰는 것이지 그것이 재미있어서 그리하는 것 아닌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한번 비판 기사를 쓰면 다음번에는 홍보기사를 만들어낼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니 그 타이밍을 잡아서 우리 부서의 좋은 일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경제 사이클처럼 홍보기사와 비판기사가 공존하는 언론시장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문에 王道(왕도= 어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쉬운 방법)가 없듯이 언론에도 지름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넓은 길이 보일 것입니다. 그 길이 보이지 않으면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 큰 틀에서 넓게 보시기 바랍니다. 어버이 親(친)으로 언론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는 고갯마루 소나무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십니다. 親(친)자 속에는 나무위에 올라가 자에서 늦은 시각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