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숏츠라고 하는 짧은 동영상을 접할 기회가 자주 있습니다. 중국인이 나오는 이 동영상은 아마도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두 팔이 없는 여성이 옷을 입기위해 고분분투하는 모습을 비싼옷과 장신구를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은 아닌듯 보이고 다른 곳에서 촬영한 화면을 짜집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편집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음 동영상에서는 두팔이 없는 청년이 짧은 어깨의 근육을 이용하여 삽질을 합니다. 어깨에 삽자루를 끼우고 발로 땅을 밟으면서 땅일 일구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탄작업을 하고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뿌리고자 일하는 것입니다. 반년후에 수확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애청년을 바라보는 부자들의 표정이 편입됩니다. 방송에서 말하는 인서트 장면이 나옵니다.
팔목이 없는 엄마가 뭉뚝한 팔로 아기의 옷을 갈아입히느라 해쓰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정상의 두팔과 다리가 보입니다. 얼마나 귀한 아기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상상해 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이제 돌을 지났을 아기를 키워내는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홀로 결코 해낼 수 없는 여러가지 과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비장애인 엄마도 출산과 초기 육아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더구나 장애인 엄마가 아기를 낳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케어하는 일련의 과정을 혼자서 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방송촬영을 위해 일부분을 기획하였다는 가정도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엄마가 이기를 키우는 모습을 촬영하여 우리에게까지 보내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보통의 삶을 살면서도 부족하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갈등하고 고민하고 불만을 사회에 표출하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하기위해 이 동영상을 찍었을 것입니다.
살면서 정말로 힘들게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이럴때마다 가족들과 이분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 하지만 크게 동의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장애로 인해 가난으로 어렵게 사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세상에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일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월남전 참전용사와 식사를 하는 경우 군대이야기를 꺼내야 하고 선거에서 낙선한 분과의 대화에서는 정치, 선거이야기는 피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분에게는 안부를 묻고 자녀들의 성장과정을 질문해야 합니다. 10년만에 만났다면 부모님 이야기는 서로 꺼내지 않습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보낸후 만났으니 양친중 한두분이 별세하셨을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상사시에 연락을 못하였거나 조문하지 못한 것은 서로간에 미안하고 송구한 일입니다. 그러니 보모님 안부인사는 일단 보류하되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9년전 별세소식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생노병사이니까요. 인생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지나가는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는 작가의 생각이나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그 스토리를 변형할 수 없습니다. 더러 인생을 바꾸는 운명적인 사건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으나 모든이가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오늘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결집되어서 주어진 오늘이라는 역사, 오늘이라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고 그 다음을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초등학생의 시간은 느리고 장년의 세월은 적정하게 흘러가는구나 생각했는데 회갑을 지나고부터 시간이 참으로 빨라집니다. 그러니 노후에는 더 빠른 세월을 경험하게 될 것 같습니다.
노후는 나이먹는 것이라 치고 장애인으로 사는 중국인의 동영상을 볼때마다 생노병사의 운명속에서 나이먹어 늙어가는 것이 억울하고 섭섭한데 그 생노병사 전 과정을 장애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더 큰 운명의 굴레가 씌워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장애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천신만고 옷을 목에 걸치는데 성공하고 보여주는 그 행복한 표정을 보면 장애는 장애이고 다소간 불편한 일일뿐이라 생각해 봅니다.
이미 주어진 장애를 거부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으니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노력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고 사회와 국가의 지원속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이분들의 운명이고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다소 힘들고 불편하고 꾀가나는 경우에도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런닝머신 운동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추가 100m를 달려보기도 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분은 런닝머신에 오르지도 못하는데 이정도 땀이 난다고 운동을 멈추는 것은 이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줄 생각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모든것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노력하되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아닌 장애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 떠난이가 그렇게나 살고 싶어했던 단 하루 내일이었음을 다시한번 가슴과 마음에 새기면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