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마음을 산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볼 것 같으면 과공은 결례가 되고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습니다.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다보면 처음 상담내용으로는 엄청난 피해를 보는 듯 여거져서 상대방의 잘못이 있다는 쪽으로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거나 일처리를 한 공무원의 설명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나옵니다. 처음 오신 민원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억울함만을 강조한 것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선거로 당선되는 단체장, 시청의 민선시장과 군청의 민선군수의 취임을 가능하게 한 지방선거의 득표는 수만표도 있고 수십만표도 있습니다. 인구 10만정도의 도시라면 유권자가 8만정도, 80% 투표를 가정하면 6만4천명이고 이중에 3만2천1명의 표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습니다. 100만도시라면 유권자가 80만, 투표자 64만명, 이중에 32만명의 표로 시장이 됩니다.
그러니 10만도시 시장군수의 당선표와 100만도시 당선시장의 표의 비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선거비용으로 나눠서 1표당 경비를 산출하는 것도 서글프고 기관장의 정치, 행정적 무게를 측정하여 1표당 그램수를 산정하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라 봅니다.
각각의 인구와 투표자와 득표수는 출마한 후보 전원이 동일한 기준과 조건에서 선거에 임하고 선거운동을 해서 당선된 것이니 10만도시이든 100만이든 그리고 5천만명이 투표한 결과이든 선거의 의미와 가치는 동일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한분 한분의 표가 참으로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재산이 1조원이상인 회장님의 한표도, 하루매상 30만원 이하의 영세상인의 한표도, 섬마을에서 배타고 나와서 투표한 그 한표도 모두가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라는 선가 4대원칙에 의해서 기표된 소중한 주권의 행사인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자는 여기서는 이말하고 저기서는 저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사장에게는 기업이 중하다하고 근로자에게는 노동의 숭고함을 강조할 것입니다. 사용자의 권익도 중요하고 근로자의 권리도 사용자 이상으로 소중합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보면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약관을 만든자보다 약관을 받은 이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만, 선거기간에는 유권자가 높고 개표가 끝나면 후보자중 선택된자만이 강해지는 사회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공직자로 일하면서 이 자리에 더 잘할 사람이 오는 기회를 스스로 빼앗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을 갖지고 했고 실제 그런 마음을 가져본 바입니다. 선거에서 다득표 당선자는 내가 이겼다는 생각보다는 나보다 더 나은 인물이 당선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겸양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봅니다.
거의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정도로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서 낙타보다 큰 바늘을 만들어 길가에 세워주면 아기낙타, 엄마낙타, 아빠낙타가 그 바늘구멍을 무릎 굽히지 않고 평온하게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세상에는 선인들이 만든 격언중에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만고의 진리인 줄 알았던 그 말의 뜻을 쉽게 우리의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에 대해 우리는 천리길은 기차를 타고 가자고 합니다. 먼길을 빠르게 가는 방법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가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선거가 우리의 대표자를 뽑는 것이지 권력자를 선출하는 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출마하는 즉시 자신의 공약을 말하지 못하고 상대편 험담부터 시작하는 후보는 절대로 당선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남을 비방하는 후보 앞에는 귀가 작은 바늘을 세우고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후보에게는 낙타가 지나갈 정도의 커다란 바늘 아취를 세워주기를 바랍니다. 출마하면서 비방에 앞장서는 이는 선거운동 차량의 바퀴에서 바람이 빠지게 하고 출마하면서 국민, 도민,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송구스럽게 말하는 후보의 차량위에서는 7색 무지개가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선거에서 최고득표를 하여 당선되고 취임하여 4년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임기가 끝나는 날에는 시민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서 가벼운 발걸음과 가뿐한 이삿집을 싣고 본래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모습은 5년임기의 다른 선거직 공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남양주에서 18세기에 태어나 18년간 벼슬을 하고 18년간 유배를 다녀와서 18년 여생을 사시고 다시 남양주에 영면하신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저서 목민심서에서 해관이라는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목민심서] 관직이 교체되어도 놀라지 마라.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됨이 있는 것이니,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관직을 잃어도 연연하지 않으면 백성이 그를 존경할 것이다. 평소에 문서와 장부를 정리해 두어서 청렴하고 명백하게 하여 후환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령을 전송하는 백성들이 마치 어린 아이가 어미를 잃은 듯 슬퍼하면, 이는 인간 세상의 지극한 영광이다. 돌아가는 길에 완악한 백성을 만나 질책과 매도를 당하여 나쁜 소문이 멀리까지 퍼지는 것은 또한 인간 세상의 지극한 치욕이다.
돌아가는 행장엔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청렴한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깨끗하여 맑은 수레와 여윈 말인데도 그 맑은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집에 돌아온 후에 떳떳하지 못한 물건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맑고 소박함이 예와 같으면 그것이 으뜸이요, 방편을 마련하여 종족들을 넉넉히 해주면 그 다음이다.
더 머물기를 원하도록 하라. 수령이 떠날 때 백성들이 애석하게 여겨 길을 막고 유임을 원하는 일은 역사책에 그 광휘가 전해져 후세에 빛날 것이니 이는 겉시늉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혹 수령이 오래 재임해도 서로 편안하고, 혹 늙었어도 유임시키기를 힘써서 오직 백성의 뜻에 따르고 법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잘 다스리는 일이다.
떠난 뒤에도 사모하게 하라. 죽은 뒤에 백성들이 사모하여 사당을 세우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사당을 세우는 것은 예가 아니다. 선과 악의 판별은 반드시 군자의 말을 기다려서 이로써 공안公案으로 삼아야 한다.
1800년대 조선시대를 사신 다산은 훗날의 정치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씀을 적어주셨습니다. 다산의 말씀은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물론 기관장, 고위공무원, 정책결정자 모두가 가슴에 새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민심서를 편찬하셨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단체장, 기관장들이라면 한달에 하루정도 시간을 내서 다산의 목민정신을 가슴에 새기를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민초, 불초가 기관장에게 해도 될 말인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사람인(人)자가 들어찬 동그라미 한 개가 배정된 유권자로서 그냥 편안하게 한마디 적어 올려봅니다.
선거전과 개표후가 처음 만난 민원인과 상대 민원인, 그리고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의 설명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면 유권자의 실망이 클 것입니다. 정치인이라면 절대 그리할 일이 아니라 시작과 마무리에 변함이 없고 애국심에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말 그대로 백성을 위하는 일이지 자신을 위하는 제도가 아닌줄 알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