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행사 경품추첨 이야기

  • 등록 2025.05.26 19: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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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파트 자치회 어울림 한마당에 참석했습니다. 관리소장님으로 알려진 분이 사회를 보십니다. 재치있게 재담을 하시면서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품추첨입니다. 참석자 모두에게 자장면과 절편이 제공되었고 생필품 한 개씩도 나눴습니다.

 

드디어 경품추첨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성 경리과장님이 10kg포장의 쌀포대를 번쩍번쩍 들어올리십니다. 첫 번 경품으로 쌀을 의자에 올려놓고 관리소장님이 경품권을 추첨했습니다. 첫 번째 당첨자는 신명나게 뛰어나와서 쌀을 받아갔습니다.

 

 

다음에는 메주, 다음에는 계란 한판, 그리고 인근 병원 원장님이 나오셔서 경품을 추첨하고 경품으로 진단촬영권을 주십니다. 금액은 말씀하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은 건강을 챙기시는 일이니 즐거워하십니다. 마침 어르신이 그 진단권에 당첨되셨습니다.

 

젊은 엄마들이 당첨되면 수줍게 나와서 받아가고 연세드신 아주머니들은 춤을 추면서 뛰어나오시고 경품을 받지 못한 다른 이웃들에게 큰 소리로 자랑을 하십니다. 가수 노래가 한번 이어지고 다시 경품이 나눠집니다. 누군가가 사회자에게 힌트를 드린 듯 보입니다.

 

이번부터는 당첨자가 다음 사람을 위해 경품을 추첨하고 사회자가 발표하여 당첨자가 나오면 전달하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경리과장은 힘겨운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경품을 올린 의자 앞으로 시상자가 미리 와야 하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자신이 받은 경품을 지키느라 안전부절, 좌불안석입니다. 사회자는 여러번 경품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추첨하고 시상하라 코칭을 합니다만 내가 받은 경품이 바뀔까, 분실될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더구나 가방과 스마트폰이 행동을 제약합니다. 두 손으로 진행해야하는 경품추첨과 시상을 한 손으로 합니다. 다른 손은 핸드폰에 묶여있습니다. 무대에서의 동선도 순로로 따르지 못하고 가방과 핸드폰, 그리고 이전에 받은 자신의 소중한 경품으로 인하여 행사진행에 차질이 옵니다.

 

사회자도 별로 필요해 보이지 않는 관련서류를 들고 다른 손에 마이크를 들고서 경품진행을 하다보니 많이 불편하고 관중의 입장에서도 답답했습니다.

 

추첨된 경품권을 왜 경리과장에게 전해야 하는지요? 나중에 과장이 박스를 사회자 앞에 가져오므로 그 다음부터는 뽑힌 경품권, 담첨자가 오지 않은 경품권, 경품을 전달한 경품권은 박스에 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번 경품함의 뚜껑을 닫았다 열기를 반복해야 하는가도 의문입니다.

 

진행자는 이런저런 재기있는 말로 시간을 끌고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느낀 경리과장은 계란위에 메주를 얹어서 시상을 합니다. 경품이란 다수에게 고르게 배분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데 시간이 늦는다고 당첨된 사람에게 3개씩이나 전하니 받지못한 관객은 마음이 불편합니다.

 

결국 경품권 18번을 들고 50분을 기다렸지만 경품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관계로 사회자와 눈이 마주쳐서 경품 추첨자로 한번 나서기는 했지만 만져보기만 한 경품은 선풍기, 쌀10kg, 계란한판, 병원 촬영권등 생활에 큰 보탬이 되는 물품이었는데 받아오지 못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앞 번호를 받아서 일찍 경품함에 넣은 관계로 바닥에 누워있어서 추첨의 손길에 이르지 못한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경품 대부분이 100번대와 200번대에서 많이 나왔다는 현장에서 느낀 빅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품을 받지 못해서인가 사회자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경리과장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사회자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경품을 배달하고 다음 경품권을 뽑는 쎈스기 있었음을 첨언하고 기록합니다.

 

행사전반은 멋지고 즐거웠습니다만 잘잘한 부분에서 좀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기념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서 잘 쓰겠습니다. 자장면, 절편으로 점심 맛있게 먹었습니다. 무거운 물건 들고날며 애쓰신 경리과장님, 연세를 넘어서서 즐겁게 사회를 보아주신 관리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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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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