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 대한 이야기 기고문

  • 등록 2025.04.21 1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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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옛날에 어떤 노인이 70세를 부자로 살다가 저승에 가서 배정된 방에 들어가 보니 되지죽 한 그릇이 덩그라니 놓여있으므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생각하면서 바로 옆방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옆방에는 16세에 요절한 규수가 들어갔는데 쌀과 과일이 수북하게 쌓여있었습니다. 노인으로서는 대단히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을 데리고 온 저승사자를 만나서 따져 물었습니다.

 

“내가 이승에 살 때에 땅땅거리며 부자로 살았는데 내방에는 달랑 돼지죽 한 그릇뿐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차별이 심한 것 아니요?”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영감님이 어찌 사신 것은 알 길이 없고 이승에 살면서 남에게 베풀어준 공덕내용대로 배정된 물품을 저승방에 가져다 놓을 뿐이오.”

 

저승사자가 가져온 내역서에는 달랑 2가지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 노인이 70년을 살면서 딱 2번 남에게 베푼 일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이른 아침에 돼지에게 죽을 주기위해 대문을 나서서 돼지우리로 가려는데 스님이 탁발을 왔습니다. 독경을 하면서 장시간 탁발을 기다렸지만 노인은 쌀이나 밥을 내올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스님이 탁발을 기다리자 들고있던 돼지죽을 스님에게 뿌려대면서 더 이상 내집 대문에 머물지 말고 다른 집으로 가라고 소리쳤습니다.

 

내용은 불량하지만 누군가에게(스님에게) 무엇인가를(돼지죽을) 건네준(뿌려서 쫓아내려 한)것으로 보고 이를 저승의 노인방에 가져다 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옆방의 규수방에 쌀이 한가득 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규수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딸에게 차분하게 일렀습니다.

 

스님이 탁발을 오시거나 걸인이 구걸을 오는 경우에는 쌀독의 쌀을 표주박에 한가득 퍼서 자루에 부어드려라. 점심이나 저녁에 오시는 경우에는 밥솥에 들어있는 밥을 내어 드려라.

 

소녀는 집을 보다가 걸인이 오면 밥을 내어주고 스님이 탁발을 오시면 쌀을 퍼 드렸습니다. 5살부터 시작한 이웃을 위한 쌀과 밥을 내어 드린 공덕이 십수년동안 쌓이고 모여서 복리로 늘어났고 그 내용이 그대로 복제되어 저승방으로 전해졌던 것입니다.

 

저승사자 목록중 다른 하나는 어떤 행인이 잠자리를 청하자 방은 안되니 허름한 창고에서 볏집을 깔고 잠을 자고 가라 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배려라 해서 목록에 올라갔던 것이고 두가지 이외에는 누군가에게 선을 베푼 바가 없었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복지제도에는 젊은 시절에 국가에 낸 세금액에 따라서 노후에 지원되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본인이 낸 연금을 바탕으로 지원되는 제도는 있지만 세금을 낸 금액을 기록했다가 노후, 퇴직 후에 지원하는 법령이나 복지시스템은 없는 줄 압니다.

 

그래서 탈세가 더 많이 자행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금의 일정액, 일정 비율을 노후에, 퇴직후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납세에 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1977년 면사무소 복지>

1977년에 9급 공무원이 되어서 화성군 비봉면사무소에 근무할 당시에 면장님의 직원회의 때 훈시말씀이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복지전달체계의 불합리점을 지적하신 말씀입니다.

“보리쌀 받으러 면사무소에 올 때에는 비단 두루마기를 입지 마시도록 하라.”

사회복지제도가 취약했던 당시의 복지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면사무소에서 보리쌀을 한 두바가지 자루에 퍼담아 드리는 복지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6.25전쟁 중 아들을 잃고 홀로 사시는 다른 할머니는 이 보리쌀 마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실종된 아들의 호적을 삭제하면 자식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행방불명된지 27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호적상 아들의 이름을 지우지 못하여 구호대상에 올리지 못한다 했습니다.

 

사실은 이분에게 보리쌀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서류가 맞지 않으니 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장사도 하고 물려받은 재산도 있는 할머니가 당연한 듯 쌀자루를 받아가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면장님의 지적이었습니다.

나이어린 초임 공직자로서는 당시 배급하던 보리쌀, 밀가루가 막연한 복지의 한 분야로 이해하기는 하였지만 이후 40여년 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의 복지가 체계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업무도 감당하던 면사무소 사회담당 한 명과 소사 아저씨의 조력으로 운영했던 면사무소는 이제‘행정복지센터’가 되었고 복지직 공무원 다수가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행정파트보다 복지분야의 업무가 늘어났습니다.

 

<미래의 복지시스템>

이처럼 길지 않은 세월동안에 축적된 대한민국의 복지, 경기도의 복지, 화성시의 복지시스템이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되고 노하우를 축적해서 촘촘한 복지를 구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시 공무원, 읍면동 공무원, 복지단체 임직원, 복지시설의 종사자, 그리고 모든 복지사가 사랑과 정성을 모아야 합니다.

동시에 복지공무원, 복지종사자의 처우 개선에도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성시의 복지는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모델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할 준비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화성시에는 전통적인 서부지역의 농촌과 어촌, 산촌이 있고 신흥 신도시 동탄을 비롯해서 태안, 병점이 있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봉담지구가 있습니다.

 

이들 지역의 시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복지는 『맞춤형』이어야 하고 지역별로는 일부 『다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농어촌 주민에게 필요한 복지와 도시와 도농지역의 복지정책은 전달방식이나 집행방향이 다소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농어촌 지역에는 “천원택시”라는 교통복지가 필요하고 도시지역에서는 “급식복지”가 긴요한 것입니다.

국내외의 사례중 도시지역의 우수사례와 농촌지역에서 적응된 복지전략을 발췌하고 화성시의 복지시스템에 융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문가, 공무원, 의회, 학계가 함께 나서서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음으로 화성시의 복지가 선진국형, 미래형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와 기부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을 구별하고 확인하는 방법 중에 가정 정확한 것은 국민이 참여하는 복지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아니면 낮은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복지는 국민적 참여로 큰 재원이 마련되고 집행된다는 점도 우리나라 국민이 마음에 새겨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자로 살아도 남을 위해 베풀지 않으면 저승에서 돼지죽 한 그릇을 받아들고 안타까워하는 노인의 입장이 되는 것이고 비록 가난하지만 작은 정성으로 이웃을 위해 베푼 소녀는 쌀이 가득한 방에서 행복해했다는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화성형 복지는 시민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가는 행복의 나라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복지를 통해서 『내삶을 바꾸는 희망화성』을 이룩하는 과제가 화성시, 화성시복지재단, 화성시 의원, 공무원, 그리고 시민에게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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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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