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단 태행산(청요리 출신 김재엽 사장은 태항산이라 합니다.)으로 향했습니다. 마음의 고향이고 정신적 지주인 화성시 비봉면 자안1리 태행산은 주변의 쌍학리, 상기리, 청요리를 연결하는 292m높이의 산입니다.
294m라는 분도 있는데 이는 새롭게 무대를 설치하면서 2m 높아졌다 생각합니다. 경기도 수원 남부에서는 높은 산으로 생각합니다.
과천의 남태령은 한양을 기준으로 남쪽에서 높은 고개라는 의미로 노인이 급하게 작명하였다는 정조대왕 전설이 있습니다. 태행산은 태양을 향하는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도 합니다. 치바위는 산 90%능선에 자리하고 있는데 과거 이 바위에 배의 줄을 매었더라는 전설이 있기도 합니다.
일단 봉담을 지나 청요리에서 올라가는 길에 도전하였으나 산기슭에 도착하니 길이 없습니다. 오른쪽 벌채한 산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만 우회로로 보이므로 다시 자안이 종산길로 갔습니다.
나중에 산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아까 청요리 우회로가 지름길이었습니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이는 것이고 낮은 산길에서는 나무와 숲은 보이지만 산길은 가늠 할 수 없습니다.
종산에 올라 통정대부 응록(應祿) 할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비봉면장님과 주민들이 등산로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운동기구도 있고 쉼터 의자도 보입니다. 석탑을 쌓은 이들의 정성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4번정도 반복하면 마치 미니어처 에베레스트 정상이 보입니다. 뾰족한 바위는 카메라 앵글을 잘 조절하면 정말로 허영호 대장이 등정하는 모습입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더더욱 에베레스트 현장으로 보일 것입니다.
40여분만에 정상에 올라 조금전 청요리에서 길을 찾아보던 그쪽을 살피니 대략 길의 흐름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산아래로 내려가면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63빌딩이 영등포에서는 보이지만 한강 국회의사당 인근에 가면 영 보이지 않습니다. 작았던 빌딩의 아래에서 5-6층 건물에 막히니 63층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사가 다 마찬가지 입니다. 나무는 무수히 보았는데 숲을 이해사지 못하고 숲은 보이는데 이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찿기가 어렵습니다.
가정도 직장도 회사도 사회도 국가도 다 그러합니다. 사건이 나도 서로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고 새로운 일이 생기면 그일과 내일과의 연관성이나 인과관계를 따지느라 잠시 방황을 하는 것이지요.
다 좋은 일인줄 알면서도 피하고 나쁜 것인데도 어쩔수 없이 맹종하는 것이 이세상사 모든 사건사고의 현실인듯 생각하는 것입니다.
참을 認(인)자 3자이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단은 참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울분이 과도하게 쌓이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산을 오르고 그 속에 들어가서 자연을 만나는 것은 삶의 보람이고 행복입니다. 바위와 자갈과 나무가 얽히고 설킨 葛藤(갈등)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관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절대로 우리의 삶이 힘든 것이 아님을 산속의 구조물을 통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무생물과 생물의 결합체라 할 수 있는 산의 구성을 살피면서, 오로지 생물들의 구성인 인간사회의 복잡한 일들조차 산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다 해결하고 이해하고 달관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 지녀야 할 삶의 기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산에서 배우고 물에서 느끼고 삶을 통해 반성하고 새로움을 얻어나가는 그런 삶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어제보다 성숙한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내는 일은 오로지 자신에게서만 가능합니다. 다른이가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은 지극히 적어보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