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탄트(instant) 식품이 대세인 요즘 우리는 집에서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컵라면을 냄비에 물을 끓여서 조리하면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습니다. 컵라면은 원료를 제조할때 끓는 물이 아닌 끓인 물을 부어서 먹어도 되도록 만들어졌을 것입니다만, 면종류의 대부분은 팔팔 끓인후에 얼음이 들어간 찬물에 헹궈내서 조리하면 그 맛이 상승하는 줄 압니다.
그래서 냄비에 물을 끓인 후 컵라면을 넣고 스프를 가미하였더니 맛이좋고 설거지도 편리해졌습니다. 종이컵이 깔끔하므로 폐지로 재활용했습니다.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해서 그동안 컵라면 용기에 물을 부어서 먹었을때보다 기분도 좋았습니다.
현직에서 민원을 처리할때 대부분 처리기한이 있습니다. 처리기한 일주일인 것은 늦어도 7일 이내에 처리하라는 기준이지 일주일을 기다려서 민원인에게 회신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공무원이 근무하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니 점심시간을 공제하면 1일근무시간은 8근무입니다. 그래서 4근무시간내에 처리하라는 말은 아침에 접수하면 점심전에 회신하고 점심에 받은 민원은 저녁 최근전에 마무리해서 통보해야 합니다.
일주일 시간의 민원을 접수하여 당일에 서류구비가 끝나서 결재를 올렸습니다. 당시의 연세드신 계장님은 처리기한이 멀었는데 왜 벌써 처리하려 하는가 반문하십니다. 과거에는 공직사회에서 발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무슨 상황이 있다는 전제가 깔렸나봅니다. 민원서류 구비가 완전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도 처리기한이 남았으니 며칠 묶힌후에 마무리하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는 마치 컵라면이니 집에서도 뜨거운 물을 부어서 5분정도 기다린 후에 먹으면 된다는 조리설명서를 잘 지키라는 것과 유사합니다. 종이컵 용기에 담아서 판매하는 컵라면은 가정의 주방이 아닌 등산이나 야유회에 준비해간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도록 제조한 인스탄트 식품이니 그리하면 되겠지만 가정집 주방에서 컵라면을 먹는 경우에는 냄비에 물을 끓여서 일반 라면처럼 조리하면 맛을 배가시킬 수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축구룰이 있습니다. 같은 팀에게는 빽패스를 하면 골키퍼가 손으로 잡을 수 있었으나 축구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진다며 개선해서 이제는 발로 빽패스하면 발로만 드리볼을 해야 하는 줄 압니다. 헤딩이나 가슴으로 볼을 다루면 키퍼가 손으로 잡을 수 있나봅니다. 야구에서도 홈런치고 다이아몬드를 돌아서 홈으로 들어오면 1점입니다. 선행주자가 있으면 전원이 득점입니다.
그런데 신이난 홈런타자가 3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달린 것을 심판은 알고 있지만 기다리다가 수비수가 어필하면 그제서야 파울판정을 한다고 합니다. 타자가 공을 치고 달려나가 오른쪽 관중석으로 벗어나면 세입이지만 왼쪽 내야로 벗어났을때 수비가 폴을 터치하면 아웃입니다. 1루 오른쪽으로 벗어난 타자는 1루만 가겠다는 의도로 본 것이고 내야쪽으로 나갔다면 2루까지 달려갈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에 아웃판정을 한다고 합니다.
행정 인허가, 스포츠경기, 모든 세상살이에 기준이 있고 판단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대처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컵라면은 물을 부어서 먹도록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여건이 되면 냄비에 끓여 먹는 경우 맛을 더 낼 수 있는 것처럼, 처리기한이 정해진 민원이라도 서류구비가 완비되면 즉시 처리하여 민원서류를 내어드리는 것이 상황에 맞다는 생각을 하는 바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