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그러하다면 국회의원 수를 여당과 야당이 반반으로 합시다. 미국 정치에서는 서로서로 주고받는 정치적 이합집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B의원이 공동발의에 서명하면 다음번에 A의원은 반드시 '품맛이' 서명을 한다는데 그렇다고 외상값 갑듯이 싸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안내용을 보고 검토하고 고민한 후에 도장을 찍거나 싸인을 하겠지요. 참, 미국에는 도장이 없으니 반드시 서명을 하겠군요. 민주주의 나라이고 상식이 통하는 국가이니 보좌관이 가짜로 대신 서명하는 일은 없을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와 방식에는 미국과 비슷한 것이 많겠지만 다른 경우가 있는 듯 보입니다. 정부인사를 검증하는 청문회는 미국식과는 다릅니다. 흑백TV시대 미드 '형사콜롬보'를 좋아했습니다. 콜롬보 형사는 사건주변을 수없이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먼곳에서부터 풀어갑니다. 현장에 곧바로 들어가기 보다는 주변을 빙빙 돌면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원인, 고가의 귀금속이 도난된 금고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콜롬보형사는 한번도 '네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조선시대 원님의 판결같은 경우를 연출하지 않습니다. 범인이 화가날 정도로 사건의 핵심에서 배제시키고 주변사람을 하나둘 탐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별건수사'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 사건이 아닌 주변의 다른건으로 압박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실제로 중앙의 감사를 받을때 지적한 업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여 논리적으로 대등해지자 감사관은 다른 서류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지적문서에 승복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다른 분야 어떤 상황에서 별건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우리의 스타, 콜롬보형사는 비겁하게 별건을 끌어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번사건의 핵심에서 모순되는 점을 하나하나 시간을 가지고 풀어내는 것입니다. 결국 콜롬보형사는 미드드라마의 마무리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미란다(Miranda)원칙(경찰이나 검찰은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기 전에 반드시 변호인 선임권과 진술 거부권 등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야 하는 원칙)을 말해야 할 단계까지 가지도 않습니다.
법인은 이미 스스로 자복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정황을 하나둘 깔끔하게 정리했기에 더이상 피하거나 도망갈 공간이 없기에 자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청문회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가끔 의원이나 증인들은 서로서로 '국민이 보고있다'는 말로 청문회 질문의 정당성, 답변의 어려움을 반박하기는 합니다. 답변의 어려움이라는 표현보다는 과도한 질문, 도를 넘는 내용, 윽박지르는 행태에 대한 반발이라 표현하겠습니다.
청문회에서 위원장이 증인에게 나가라, 마이크를 꺼라, 답변을 중단하라고 말하는 나라가 또다시 있을까요. 진정으로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기위한 인사청문회라면 비공개로 하고 교황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열쇠로 잠긴 곳)처럼 국회 지하에 회의실을 만들고 30시간정도 토론을 하고 결론을 맺고 나오시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청문위원인 국회의원의 질문이 고갈되고 공직후보자가 스스로 사퇴서에 인감도장을 찍고 나오거나 양측이 악수하며 환하게 웃으며 청문회장을 나오는 그런 마무리 모습만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전원일치, 신라시대 화백회의, 교황선출을 알리는 흰연기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로마교황을 선출하는 투표지를 태운 연기가 검게 올라오면 아직까지 선출을 하지 못한 것이라 합니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가 올라오고 성베드로 대성당의 종을 울린다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도 화합의 종을 만들어 국회의사당 중앙에 매달고 중요법안이 통과되거나 국무총리 인준, 국무위원 청문회 통과를 축하하는 3타를 울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정치에도 이제는 멋스러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불편한 전통, 악습은 하나 둘 버려야 할 때인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중요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여야 국회의원수를 5:5로 선출하는 국민적 선택의 전통을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4.5:5.5정도이면 좋겠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