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를 내면 병원에서는 영수증 한장과 주차장을 패스할 수 있는 바코드 하나를 줄 뿐입니다. 투약을 위한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서 또다시 돈을 내고 약을 받습니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의 몸과 정신건강을 위해 진료, 시술을 할뿐 우리몸에 보태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병원에서 주는 것은 주사 뿐입니다. 오히려 사전에 채혈을 통해 주사기 한가득 피를 뽑아갑니다.
다음으로 아쉬운 일은 비행기 비즈니스석 항공료입니다. 이코노미석의 2배가 넘는 돈을 냈지만 좌석에서 일어서는 순간 똑같은 비행기 승객입니다. 일반석에 비해 2분정도 먼저내리는 혜택이 있을뿐입니다. 캐리어가 조금 일찍 나오는가는 모르겠습니다만 큰 돈을 부담한데 비하여 비행장을 나설 때 허전함이 클 것입니다. 자신은 이코노미가 아니라 비즈니스 손님이었다는 영수증을 가계부에 붙이면서 나홀로 즐거워하는 것은 본인의 자화자찬일뿐 다른 승객들은 모르는 일입니다.
아내들의 아침, 저녁 식사준비, 휴일의 점심식사에 들이는 공은 남편과 가족들만 기억하는 일이어서 노고에 비해 평가절하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을 먹을 때 반찬 한 두가지를 칭찬하기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김치가 적당히 익었다거나 숭늉이 시원하다거나 시금치나물이 신선하다는 말을 보태며 삽니다. 슬기로운 부부생활의 일환입니다.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중에도 1회성이 많습니다. 일반예산은 지급되는 즉시 단순 소비에 쓰여집니다. 예산을 사회적 인프라에 투자하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연쇄적인 생산성 유발효과를 보여줄 것입니다. 확대재생산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 조기투자를 독려하고 임금살포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가가 도로사업을 추진하면 교통인프라가 확충되고 공사를 통해 임금이 지급되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게 됩니다. 도로가 완공되면 산업의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도로주변에 산업시설이 건설됩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들은 눈에 보이는 시설을 건설하려 합니다. 이용빈도가 연간 100회 미만인 문화예술회관, 운동장, 실내체육관을 건설하는데 관심이 높습니다. 도로, 교량을 건설하면 착공식, 준공식날만 빛이나고 그 이후에는 매몰비용이 되어 사라집니다.
생활주변에서 제품의 생산성이 높은 것을 생각해 봅니다. 단단하기로 유명하고 그 독특한 무늬로 위조도장을 만들 수 없는 상아 도장 한 개를 파두면 평생 수십년간 1만번 이상 찍을 수 있습니다. 한우 사골은 5번이상 끓이고 삶아서 뼈국물에 밥말아 먹을 수 있습니다.
물과 음료를 담을 수 있는 텀블러는 환경보존에 기여한다는 강점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텀블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분석해보면 차리리 종이컵을 쓰고 폐지로 재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기억합니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니 풍선효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공기를 넣은 풍선의 한편을 누르면 밀려나 공기가 풍선의 반대편으로 이동한다는 말입니다. 수도권인 경기도에 입지하려는 기업을 규제하면 비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동남아로 나간다고 합니다. 질량불변, 에너지 불변의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탄소문제를 검토해보면 눈에 보이는 절약이 절대적인 절감이 아니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보입니다. 그래서 좀더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공직시절 복사용지 절감을 강조했습니다만 이면지를 쓰다가 값비싼 복사기가 고장나서 수백만원 수리비를 지출하면서 이면지 활용으로 절감한 종이값의 백배를 물어낸 기억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절감이 능사는 아니고 지름길이 아님을 큰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