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모되어 알아보기를 바람

  • 등록 2024.10.16 1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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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네가 부모되어 알아보기를 바람

 

(전)남양주시부시장 이강석

 

시인 김소월님의 시를 후배들이 감상하고 작곡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바보랴. 마지막 네 글자의 시는 실제 가사에서는 '내가 부모되어 알아보리라'로 부릅니다.

 

 

어버이 친자를 분석하는 글이 있습니다. 親(친)자를 풀어보면 나무위(木)에 올라서서(立) 저멀리를 바라본다(視)는 의미입니다. 시골 마을에 모녀가 살았습니다. 물건을 팔러 장에 간 아들이 늦은 시각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므로 이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장터가 있는 방향의 고개마루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고개마루 소나무에 올라서서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아들을 기다립니다. 여기에서 어버이 친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애간장이 끊어진다는 말을 합니다. 새끼사슴을 어미사슴앞에서 결박하여 끌고가니 어미가 따라왔습니다. 계속 새끼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더니 어미사슴이 절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미사슴의 배를 갈라보니 이미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습니다. 어미의 본능, 모성은 자신보다 자식에게 더 달려갑니다. 새끼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몸부림치며 장이 끊어지는 아픔을 견디며 새끼를 걱정하다가 그리된 것입니다.

 

단장(斷腸)의 미아리고개 가사입니다. 미아리 눈물고개 임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최근에 가수 송가인이 애절하게 이 노래를 불러서 큰 인가를 누리고 있습니다. 단장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새끼를 걱정하는 어미사슴이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우리의 부모 마음입니다.

 

우리는 재난사고 현장에서 아기를 온몸으로 감싸안은 부모의 사연을 듣습니다. 온몸으로 자식을 감싸서 엄마는 사망하고 그 품속에서 아기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야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더러는 자식이 부모를 위해 장기를 이식하였다는 이기도 듣습니다만 대부분은 부모가, 어미가 자식을, 새끼를 지켜낸 뉴스가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BBC방송에서 외국의 개구리가 등에 알을 올려 새끼를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이 태어난 고향 하천에 알을 낳고 붉은 몸으로 죽고마는 연어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구렁이의 몸을 빌려 올챙이를 키우는 두꺼비 이야기, 어미 배를 뚫고 나온다는 살모사의 생명력을 보면서 함께 공감합니다.

 

가시고기는 부성애를 보여주는 물고기입니다. 암컷이 알을 낳고 사라지면 수컷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목숨을 다해 알을 지켜냅니다. 알이 부화되고 새끼가 세상에 나올 때쯤, 전력을 다한 수컷은 자신의 몸마저 자식들에게 내어주고 죽어갑니다.

 

옛말에 게으른 선비가 난을 잘 키운다고 했습니다. 관리가 소홀하여 메마른 난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된 것을 직감하고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자손을 후대에 남기고자 하는 치열함입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러한데 그 자식들은 그만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타던 차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는데 100km를 달려 도착할 예상시각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30분전에 도착했다고 답합니다.

 

아들이 운전에 익숙한 줄 알지만 오늘은 차가 바뀌었으니 집에 도착하여 ‘안착’을 알려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일상이어서 연락을 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결국 김소월 시인의 말대로 자식이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아볼 것 같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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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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