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행정의 애드리브

  • 등록 2024.10.05 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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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국민을 위하는 일이고, 행정은 정치인들이 국가를 생각해서 마련한 무대위에서 정해진 대본,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는 연극이라 생각합니다. 정치가 결정을 하면 행정은 집행을 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극이나 영화에서 출연배우가 작가가 상상하지 못한 현장상황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감독이 용인하기도 합니다. 이를 일러 '애드리브'라고 합니다. 흔한 대화에서는 애드립을 친다고 하지요. 

 

 

 

사전에서 애드리브(ad lib)는 연극이나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일,  또는 그런 대사라 풀고 재즈에서, 연주자가 일정한 코드 진행과 테마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하는 연주라고 설명합니다. 작가가 준비하고 연출자와 감독이 진행하는 연극, 영화에서 애드리브를 볼 수 있습니다. 무대나 현장진행중 배우가 대사와 시나리오를 조금 벗어나서 맛갈스럽게 진행하는 과정으로 평가합니다. 애드리브를 길게 끌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데 이렇게 글쓰기의 애드리브가 길어진 이유는 정치와 행정에서도 애드리브가 있고 이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입니다.

 

한때 '시행령 행정'이 있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조문에서 'oo등'이라는 법률용어 등자에 근거해서 관련한 분야의 행정처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법이 위임한 부분을 조금 폭넓게 해석한 사례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법에 모든 경우의 수를 적어서 의결하기에는 입법과정도 어렵고 반드시 그리 할 일도 아닙니다.

 

정부예산에 입법과목과 행정과목이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예산은 장, 관, 항, 세항, 세세항, 목으로 분류합니다. 장관항은 국가의 분야, 정부조직의 구분, 개괄적인 업무로 나눕니다. 지역개발비, 도로건설비, 지방도사업 등을 장관항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세항, 세세항, 목은 공무원으로 말하면 국장, 과장, 팀장의 업무입니다. 목은 어느 부서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목에는 급여, 수당, 여비, 업무추진비(법카비), 물품구입비 등입니다.  

 

시행령정치를 정치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만, 실제 행정현장에서는 모든 법을 집행하는데는 시행령이 중요합니다. 시행령은 예산으로 치면 항과 세상의 중간쯤입니다. 시행령은 중앙부처의 전문가들이 법의 범위내에서 만든 행정의 기준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사봉 3번 치면 통과됩니다. 사전에 차관회의까지 올라와 의결되는 복잡한 과정이 있습니다만 이는 행정절차입니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행령, 예산과목에 대한 설명을 분주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오늘의 정치현실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위한 깔판이었습니다. 강성범 개그맨의 개그를 패러디하였습니다. 정치가 정치다워야 정치지 정치가 잘잘하면 정치라 할 수 있습니까. 말그대로 바른 길을 가도록 하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법이 물으르듯 가라는 것이라면 정치역시 세상의 이치에 맞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치인이 지역구에 사업비 10억 프랑카드를 달고 마을안길 4km를 개통했다고 자랑합니다. 도로건설은 시장이나 군수가 하는 일입니다. 시장이 군수가 한다기 보다는 행정의 건설국장, 도로과장이 진행하는 일입니다. 시장군수는 1년간의 예산사업비를 분야별로 배정하는 일을 합니다. 예산에서 장관항이 시장군수의 일이고 세항, 세세항, 목은 국장, 과장이 집행하는 일입니다. 시청에 과장은 사무관으로 5급 공무원인데 전결권이 있습니다. 과장이 서명하면 시장의 이름으로 공문이 나가고 사업이 집행되는 것입니다. 

 

다시 정치로 돌아와서 할 말을 하겠습니다. 정치인은 나라걱정을 해야 합니다. 국민을 걱정해야 합니다. 굶주린 사람이 있으면 정치인이 걱정을 해야 합니다. 서울역, 수원역의 노숙자를 걱정할 사람이 바로 정치인입니다. 정치는 행정주변에서 부실한 분야를 채우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리더입니다. 리더는 행군하는 병사중에 다리다친 장병을 부축하는 사람입니다. 지휘봉을 들고 나를 따르라는 리더는 이 시대가 바라는 대대장이 아닙니다.

 

요즘 정치를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합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억지로 현실을 외면하는 증인들을 보면 국민들이 안타깝습니다. 선거운동 때와 다른 정치의 모습을 보면 후회도 합니다. 하지만 그 후회는 몇사람만의 회한이고 다수는 다른가 봅니다. 그래도 나라를 이끌고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를 하는 분이라면 국민을 감동시키고 마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존경할까봐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나는 정치인이니 국민들은 절대로 존경하지 말라고 하는 듯 보입니다. 선거와 정치는 다른 것이라 말하는 듯 보입니다. 정치와 행정은 연결고리가 있고 그 과정을 이어가는 애드리브같은 행정의 정치적 대응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선거와 정치 사이에는 아무런 애드리브없이 전혀 다른 시멘트벽과 나무벽사이인듯 보입니다. 연결성도 없도 동질감도 보이지 않습니다.

 

국회가 국민을 위한 입법을 위해 치열한 토론과 대결, 협조와 양보의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무회의가 국회의 입법을 현실로 구현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함은 물론 국민을 감동시키는 애드리브 행정을 추진해 주기를 바랍니다. 애드리브를 잘하는 배우가 명품배우일 수 있습니다. 다만, 조연배우의 지나친 애드리브는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습니다. 정치도 행정도 정도가 있습니다만 그 중간에 적절하고 수준 높으며 공감가는 애드리브를 가미하는 것은 국민을 행복하게 합니다. 

 

지금 말한 적절하고 수준높은 그래서 공감가는 애드리브가 무엇이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정치인이 아니라서, 정치경험이 없어서 무엇인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찾으시라고 사무실 드리고 차운영비 드리고 보좌관, 비서관, 법카를 드린 것이니 그것은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스스로 알아내시기 바랍니다. 그냥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냥 국민을 위하는 고위공직자로 일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작은 소망이고 바램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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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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